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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ee's Blog
1년간 DApp을 개발하면서 겪은 방황기 본문
지난 1년간 어떻게 지냈는가?
2022년이 되면서 3년 차 개발자가 되었다. 꿈에 그리던 개발자라는 직업으로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신기했다.
20대의 절반을 보내면서 ‘2022년이 가장 혼란스러웠던 한 해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작년 2021년 5월 진행 중이던 사내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Demo 준비를 명 받았다.
그리고 2달 뒤, 새 프로젝트 런칭을 위해 CTO님과 팀장님은 카카오에서 분사하기로 했고, 우리 팀원들도 함께 따라 나갈 것인지 남을지 선택을 해야 했다.
대기업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퇴사라니..! 하지만 난 우리 팀이 좋았기에, 그리고 우리 팀 개발자들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함께 나가기로 결정했기에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
그렇게 큰 꿈에 부풀어올라 팀과 함께 카카오를 그만둔 지 벌써 9개월이 되어간다.
2021년 9월 크러스트 유니버스로 입사한 이후.. 내가 접은 프로젝트만 벌써 2~3개, 팀에서 나간 인원이 벌써 7명이라니! 😂
그리고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크러스트에서도 분사한다. 진짜로 안녕~ 카카오! 고마웠다. 크러스트!
어떤 점이 힘들고 어려웠나?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점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은 어려웠던 점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점들을 이야기해보자.
1. 서버 개발자에서 풀스택 개발자 잡부가 되었다.
분사 이후, 회사에 개발자들 90프로 이상이 현재 서버 개발자이던지, 서버 개발자 출신들이었다.
우리는 이제 스타트업 정신으로 일을 해야 하니.. 필요한 작업이 있다면 서버, 클라이언트 상관없이 다 직접 하면 된다!
서버 개발자 시절.. 스스로 공부하는 영역과 회사에서 일하는 영역이 일치했기에 불만 제로였고, 업무를 하며 전문성 있는 서버 개발자가 될 거야!라는 내 꿈에 점점 다가간다는 점이 좋았다.
한편, 분사 이후에는 서버 개발을 거의 하지 못했다. 애초에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서버가 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어떤 작업은 블록체인에 위임하고, 어떤 작업은 직접 클라이언트에서 지갑을 통해 수행하기 때문에 서버 작업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신 클라이언트 업무와 컨트랙트 개발을 해야 하지만..)
크러스트에 와서 내가 한 일의 40%는 웹 클라이언트, 20%는 인프라, 15% 컨트랙트 개발, 15% 서버 개발, 10% 그 외 기타 등등이었다.
개발자로서는 성장할 수 있겠지만, 서버 개발자로 크고 싶었기에 현재 잡부처럼 일하는 상황이 제일 불만이었다. 내 성장이 정체되는 느낌만큼 날 불안하게 하는 건 없다..
사이드 프로젝트라도 하면 괜찮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작년 디프만을 두 기수 참여하고 나서 동아리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나와는 잘 맞지 않다는 결론을 냈기에 시도하지 않았다.
게다가 난 사이드 프로젝트할 시간에 사내 프로젝트 개발을 더 빠르게 해서 얼른 제품을 출시하고 싶었다.
풀 스택 개발자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좋게말해서 풀스택 개발자지 사실상 풀스택 개발자라는 건 존재하지 않고 잡부.. 노가다꾼으로 취급당한다는 점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
지금은 현 상황에 좀 익숙해지기도 했고, 팀원분들도 최대한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계셔서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
2. 사람들이 자꾸 사라진다.. 나도 사라질까?
믿었던 팀장님의 퇴사가 가장 충격적이었다. 지금도 같이 식사하게 될 때마다 "ㅁㅁ님! 저희 버리고 가니까 좋아요?!"라고 농담 삼아 말하지만 이번 해 들어 가장 내 멘탈을 부숴버렸던 사건이었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회사에서 사람들이 나가서 7명 정도가 사라졌을 때, 타 프로젝트에 사람들이 부족해졌고 나에게 '팀을 옮기지 않을래?'라는 유혹의 속삭임이 자주 들려왔다. 사람이 부족해진 만큼, 인재 영입을 해야 하지만 외부에서 블록체인 쪽 경험이 있는 개발자를 뽑거나 단 기간에 이 도메인을 공부해서 빠르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 게다가 우리 프로젝트만 개발자가 많았기도 하고.. 나를 데려가고 싶었나 보지! 후훗후훗 😎
이직이나 팀을 옮기는 고민이 단순히 유혹의 속삭임 때문에 시작되었던 건 아니었다.
현재 팀과는 3-5년 정도를 바라봤었기도 하고, 개발자 직업 특성상 한 팀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영역의 문제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개발자의 중요한 역량인데, 같은 스택으로 한 프로젝트를 오래 하게 되면 될수록 이런 능력이 정체되기 쉽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팀을 매우 좋아하고 가지고 있는 장점들도 많지만, 제일 아쉽다고 생각하는 점이 다들 연차가 20년이 넘어가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거나 도입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함께 기술 스터디를 하거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의 개발 문화가 없다는 점이 참 아쉬운 것 같다. (또래 개발자들이 많은 팀은 좀 다르려나..?)
보상 측면이나 팀에게 느끼는 아쉬운 점들이 이직을 고민하게 했지만, 이제는 고민을 끝냈고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팀을 옮기게 되면 이제까지 함께 고민해왔던 것들이 무의미해지는 것이 싫고, 이렇게까지 고생한 만큼 우리 팀과 성공적인 서비스를 출시해서 사고 한번 제대로 쳐보자!라는 생각으로 다시 프로젝트에 집중하려고 한다.
이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들을 이야기해보겠다.
1. 토크노믹스 설계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토크노믹스는 토큰 Token과 경제학 Economics(이코노믹스)의 합성어로, 사용자들에게 특정 행동을 장려하기 위해 토큰이라는 보상을 주며 사용자들끼리 자급자족이 가능한 서비스 생태계를 말한다.
사실 토큰도 잘 모르고, 경제학도 잘 모르는데.. 이 설계를 잘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지금까지 나온 DApp들 중 제대로 갖춰진 토크노믹스로 굴러가는 서비스(Defi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는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다. 참고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분야에 도메인 지식도 매우 부족해서 토큰 이코노미 설계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우리가 설계한 토크노믹스가 제대로 굴러갈만한 생태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제로 서비스를 출시해서 사용자들 반응을 분석해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일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 빠르게 MVP 단계로 출시를 하고 사용자들 반응을 분석한 이후 기능을 추가하거나 업데이트를 하면서 서비스를 키우던지 최악의 경우 서비스를 접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에 토큰이 함께 있다면? 고려해야 할 점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우선, 이 토큰을 우리 서비스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고, 토큰의 가치가 하락하지 않도록 어떻게 가격 방어를 할 것인지 전반적인 서비스의 방향성과 함께 토큰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이 토큰이 처음에는 사용자들에게 주는 보상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내야 하는 화폐로 사용되겠지만, 추후 DEX(탈중앙화 거래소)나 CEX(중앙화 거래소)에 올라가게 되면 이 토큰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생겨나게 됨으로 토큰 가치가 어떻게 될지 예상이 불가능해진다. 토큰의 가치가 급등하거나 급락했을 때, 우리 서비스는 현재 가치에 맞게 보상 수준을 조정한다던지 일정 수준의 토큰을 Burn 하는 등의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서비스를 접게 되었을 때 토큰의 가치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최근 루나와 테라를 보면 토큰 가치의 하락이 내 생명의 위협이 되기도 하겠다는 두려움이 든다.
이처럼 토크노믹스 기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고려해야 할 점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세상에 없는 가치를 준비하고 만들어낸다는 건 많이 어렵지만 그래도 이만큼 설레면서 기대되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이래서 요즘 드는 생각은 이전처럼 대기업에서 부품처럼 일하는 개발자는 다시 못해먹을 것 같다 😏)
2. 언제쯤 출시할 수 있을까?
서비스 설계, 기획, 개발이 전부 다 끝나도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지금 같은 장에서 토큰을 찍어서 낸다한들 누가 주목해줄까?
메인넷의 부모 코인들도 흔들리는 이 상황 속에 우리가 코인을 찍어서 출시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사실 성공적인 토크노믹스라면 장이 안 좋을 때에도 나중에 빛을 낼 수 있을 테니 시기와 상관없이 출시를 해야 하는 걸까..? 싶긴 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확실히 이렇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상황에선 역시 때를 좀 더 기다려야 하는 것 같다.
앞으로의 나는?
약 1년 동안 이래저래 방황을 겪으며 느낀 점은 하나다. 이렇게 회사의 가치와 프로젝트의 방향과 결과에 언제까지고 내가 흔들릴 수는 없다는 점.
그동안 이 핑계 저 핑계대면서 공부도 멈추고, 세상의 즐거운 것들을 하며 놀러 다녔지만 이제 그만 정신 차리고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글또에 들어갔다.
오늘 이 글을 시작으로 최소 2주에 한 번씩 글을 작성해야 한다. 블록체인 쪽 도메인 지식이 조금.. 아주 조금 쌓이긴 했지만, 아직 여러 아티클들을 읽어보며 공부를 하지 않아 상세한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블록체인과 관련된 컨텐츠를 작성할 생각이다. 가능하면 글로 적은 내용은 유튜브에 올려볼까 싶어서 파오리 채널도 만들었다 😃
(아무 영상도 안올렸는데 구독자가 4명이나 되네?)
블록체인 관련 컨텐츠 외에도 요즘 다시 독서를 시작했으니 독후감이나 책 내용 정리의 글을 적을 예정이다.
내가 진짜 꾸준히 글을 잘 적을 수 있을까 걱정이되기도 하지만, 시작이 반이니까! 10월에 조금은 달라져있을 나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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